후지산(Mt.fuji)
시즈오카 후지산 등산 1박 2일 요시다루트 정상
(여행패키지 코스)
후지산
코스: 요시다 코스 (5합목 → 8합목 간소무로 산장 숙박 → 정상 → 겐가미네봉 → 5합목 원점 회귀)
해발: 2,400m → 3,776m
시간: 첫날 오전 11시 출발 → 다음날 오전 10시 하산 도착
올여름 휴가는 도쿄로 정하고 맛집과 핫플레이스를 검색하던 중, 문득 ‘후지산 등산’을 떠올리게 되었다.
후지산 등반은 매년 7월 초부터 9월 초까지만 가능하다고 해서,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도쿄 여행 일정에 과감히 후지산을 추가하게 되었다.
사실 아무것도 모른 채 ‘정상까지 꼭 가보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준비를 시작했지만, 막상 버스 예약부터 난관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이어서 산장 예약, 동선 계획, 시간 계산까지 신경 쓸 게 너무 많아 거의 포기 직전까지 갔던 순간 우연히 작년에 일본 여행사 패키지를 이용해 후지산 등반을 다녀온 한 블로거의 후기를 보게 되었다.
검색 중에 국내여행사와 일본 여행사등 다양한 후지산 트레킹 패키지 투어가 있는데 그중에서 일본여행사 후지산 정상 트레킹투어가 가격면이나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어 예약을 알아보게 되었다.
후기를 따라 들어간 일본 여행사 사이트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등산 패키지가 있었다. 가이드 동행 여부, 버스만 대절하는 상품, 산장예약까지 포함된 상품 등 원하는 조건에 맞춰 고를 수 있었는데, 나는 ‘가이드는 필요 없지만 버스와 산장은 예약해 주는 패키지’를 선택했다.
산장은 될 수 있으면 첫날 최대한 높은 곳까지 올라가고 싶었는데, 다행히 정상까지 약 1시간 30분 거리인 8합목(하치고메)에 위치한 산장으로 예약이 되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버스든 산장이든 하나하나 직접 예약하려고 했던 게 완벽 J가 아닌이상 엄청 피곤했을 거다. 패키지로 신청하니까 훨씬 편할 뿐 아니라, 비용도 오히려 더 저렴해서 정말 강력 추천하고 싶다.
참고로, 후지산에 오르는 코스는 총 4가지가 있다. 그중 접근성이 좋고 이용객이 가장 많은 코스는 요시다 코스와 후지노미야 코스인데, 나는 휴게소와 굿즈샵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요시다 코스를 택했다.
이렇게 버스와 산장 예약까지 한 번에 해결하고 나니, 비로소 진짜 후지산 등반 준비가 시작되었다.
아침 6시까지 신주쿠에 집결해 인원 체크를 마치고, 리무진 버스를 타고 약 1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사진으로만 보던 후지산 요시다 루트의 시작점, 고고메 입구였다.
해발 2,400m 지점이라 그런지 한여름임에도 날씨는 제법 선선했고, 공기도 시원하게 느껴졌다.
입구 주변 분위기는 재미있었다. 이제 막 등산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설렘과 들뜬 표정이었고, 반대로 전날 정상 산행을 마치고 내려온 사람들은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운 채 완전히 지쳐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아, 진짜 쉽진 않겠구나’ 하는 긴장감과 동시에, ‘드디어 시작이구나!’ 하는 기대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패키지에 "입산 요금(2,000엔)"도 포함되어 있어서, 별도로 줄을 설 필요 없이 바로 입산 팔찌를 받을 수 있었다.
참고로, 이 입산 요금 외에도 "후지산 보존 기부금(1,000엔)"을 개인적으로 납부하면, 작은 나무 키링을 기념품으로 받을 수 있다.
기부는 선택 사항이지만, 후지산 보호에 동참하는 의미도 있고 키링도 꽤 예뻐서 나름 소장가치가 있다.
입구 옆에는 말을 탈 수 있는 체험 공간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 구간까지는 말을 타고 오를 수도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보니 말들이 힘이 없는 듯 가만히 서 있기만 하고, 꿈쩍도 안 해서 괜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날씨도 덥고 관광객도 많다 보니 지쳐 있는 건 아닐까 싶은 걱정이 들었지만 나중에 아~ 말을 타고 올라가고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드디어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출발 후 처음 30분 정도는 비교적 평탄한 길이 이어져서, 마치 가벼운 트레킹을 하듯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생각보다 괜찮은데? 싶을 정도로 여유롭게 주변 풍경도 감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이 푯말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슬슬 오르막길이 시작되기 시작한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여유롭게 걷던 분위기와는 달리, 경사가 점점 눈에 띄게 가팔라지면서 ‘이제 진짜 등산이 시작되는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다.
산을 오르기 시작할 때는 날씨가 흐려서 멋진 경치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게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후지산은 나무 한 그루 없는 벌거숭이 산이라 그늘이 전혀 없다.
만약 맑고 화창한 날씨였다면, 강한 햇볕을 그대로 맞으며 올라가야 했을 테니 지금처럼 흐린 날씨가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지산에서는 모든 게 돈이다.
먹을 것, 마실 것, 화장실 이용은 물론이고, 나중에 나오는 산장에서는 음식을 구매해야 잠시 들어와 쉬게 해준다.
미리 알고 준비하면 당황하지 않고 잘 대처할 수 있으니, 후지산에서는 행동 하나하나를 계획적으로 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1시간 정도 열심히 오르다 보니, 드디어 첫 산장이 눈에 들어왔다.
체력이 슬슬 떨어지고 다리도 살짝 무거워질 무렵이라, 딱 힘들다 싶을 타이밍에 나타난 산장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냥 건물 하나 보였을 뿐인데, 마치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었다.
산장이 반가운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나무 스탬프’ 때문이다.
각 산장마다 고유의 인두가 있어서, 나무 지팡이에 불로 스탬프를 지져주는 서비스가 있다.
올라가면서 하나씩 모으는 재미가 쏠쏠한데, 아쉽게도 이 역시 유료다. 가격은 한 번에 300엔에서 500엔까지, 산장마다 제각각이다.
개인적으로는 등산 스틱이 없다면 긴 나무 지팡이를 구매해서 스틱대용으로 쓰면서 올라가면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나무 지팡이를 짧은 걸로 구매하고, 모든 산장에서 다 찍기보단 마음에 드는 예쁜 스탬프만 골라서 찍는 걸 추천한다.
산장마다 스탬프가 2~3종류씩 있어서 다 찍다 보면 가격부담도 되고 생각보다 안 이쁜 스탬프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짐도 덜하고, 가격 부담도 줄일 수 있어 나름 만족스러운 추억이 될 수 있다.
진짜 계속 올라가기만 한다.
산장에서 잠시 평지가 나오긴 하지만, 그 짧은 구간을 제외하면 무조건 오르막길이다.
체력은 점점 바닥을 향해 가는데, 오르막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오르는 도중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다행히 나는 우비를 챙겨 와서 바로 갈아입을 수 있었지만, 우비가 없는 사람들은 온몸이 완전히 젖은 채 결국 포기하고 내려가는 사람도 있었다.
여기서 좀 무섭기도 하고 현실적이었던 건, 비가 아무리 많이 내려도 산장 안으로 잠시 비를 피하러 들어가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숙박을 하거나 음식을 사야만 출입이 가능하고, 그렇지 않으면 무조건 밖에서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대피소가 아닌,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산장이어서 그런 점은 이해가 가지만, 한편으론 꽤 냉정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4시간 정도 꾸준히 오르고 나서야, 드디어 나의 베이스캠프인 ‘간소무라’ 산장에 도착했다.
다행히 오르는 동안 고산병 증상은 전혀 없었고, 비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몸살 기운 없이 무사히 도착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 산장에서 정상까지는 약 1시간 30분 거리라 보통이라면 사람들이 북적여야 하는데, 비가 오는 탓에 지금은 한산하고 조용한 분위기다.
산장 숙소는 이렇게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중간에 커튼을 쳐서 낯선 사람과 얼굴을 마주 보고 자는 일은 없지만, 생각보다 방들이 너무 가까워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오후 4시 30분쯤 나온 저녁 식사
겉보기엔 다소 부실해 보였지만, 왜 그렇게 맛있던지 밥알 하나 남김없이 싹싹 긁어먹었다.
저녁을 먹고 잠시 소화를 시킬 겸 밖으로 나왔다.
비가 그친 뒤 구름이 걷히면서 멀리까지 펼쳐진 풍경이 정말 장관이었다.
저녁 8시에 소등하고, 어떻게 잠들었는지 모르게 잠이 돈후 다시 일출을 보기 위한 산행을 위해 새벽 1시에 일어났다.
멀리 보이는 도쿄 시내는 아직도 불빛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일출이 새벽 4시 30분쯤이라는 안내를 미리 받아, 새벽 1시쯤 일어나 출발했다.
일출을 보러 올라가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평소에는 정상까지 1시간 30분이 걸리는 거리지만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출발하는 게 필수다.
어디서 온 건지 모를 사람들이 산장마다 바글바글했다.
새벽인데도 등산객들로 북적여, 일출을 보려는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실감할 수 있었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산장 간 거리가 멀어지고, 등산로도 점점 좁아진다.
이 구간부터는 등산으로 인해 힘이 들기보다는 거의 일렬로 줄을 서서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움직여야 해서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드디어 정상에 다가가는 순간.
비록 일렬로 천천히 한 걸음씩 올라가서 체력 소모는 크지 않았지만, 일출을 놓칠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이 가득했다.
드디어 도착한 후지산 정상!!!
실질적인 정상석은 아니고 신사비석인데 일단 제일 먼저 보이는 비석이라 기념사진 찍기 바쁘다.
정상에 먼저 도착해서 바로 신사에 들어가, 아래에서부터 스탬프를 받아온 나무 지팡이에 마지막 정상 스탬프를 먼저 받았다.
스탬프를 받으면 기념으로 정상 나무패도 하나 함께 준다. 물론 유료다.
정상에도 산장이 있는데, 여긴 그래도 쉴 수 있도록 나무 평상 같은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정상은 한여름이 8월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이 춥고 바람도 많이 불어 다들 경량 패딩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가장 놀라웠던 건 해발 3,776m에 위치한 자판기였다.
역시 ‘자판기의 나라’ 답게 이렇게 높은 고지에도 자판기를 설치해 놓았다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날씨가 흐려서 제대로 된 일출을 볼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자리를 잡고 앉아 일출이 떠오르기를 기다려 보았다.
그저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리는 듯했고, ‘해냈다’는 뿌듯한 마음이 가득했다.
아래 산장부터 모아 온 스탬프들이 꽉 찬 짧은 나무봉을 보니, 반대쪽에도 스탬프를 받게 되었다.
나무봉에 가득 찍힌 스탬프를 볼 때마다 올라왔던 여정이 떠오르고, 집에 가서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해는 떠오른 것 같은데 구름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도 오지 않고, 생각보다 맑은 날씨여서 기분이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정상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서로 사진도 찍고, 영상을 남기며,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도 있었다.
후지산에서는 담배를 피워도 괜찮은 분위기였다. 중간중간 산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봤고, 정상에서도 사람 없는 외진 곳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는 이들이 있었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해발 3,776m에서 피는 담배는 분명히 특별한 맛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5시 조금 넘어서야 구름 위로 해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해가 보이자 쌀쌀했던 공기도 한결 따뜻해진 느낌이 들었고, ‘드디어 해냈구나’ 하는 뿌듯함과 희열이 가슴 깊이 차올랐다.
일출을 감상한 뒤, 분화구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돌 수 있어서 천천히 걸으며 돌아보았다.
분화구를 직접 보니, 개인적으로는 한라산 백록담이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는 정상 반대편에 있는 우체국이다.
편지를 보낼 수도 있고, 정상 인증서도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줄이 너무 길어서 그냥 지나쳤다.
후지산 정상은 앞서 봤지만, 실제로 후지산에서 가장 높은 곳은 바로 이곳, 겐가미네봉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휴게소가 있는 ‘정상’에서 등산을 마치고 내려가지만, 진짜 후지산 정상은 이 겐가미네봉까지 올라야 도달했다고 할 수 있다.
찐 정상까지 다녀왔으니 이제는 신주쿠로 돌아가는 버스가 11시라 그전에 하산해야 해서 서둘러 내려가기로 했다.
쉽게 볼 수 없다는 후지산 그림자를 운 좋게 볼 수 있었다.
후지산 캐릭터를 보면 딱 저 삼각형 모습처럼 생겼는데, 실제 후지산은 정말 올라가고 내려가기만 하는 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려가는 길은 정말 지루하고 힘들었다.
계속해서 이런 화산재길을 지그재그로 내려가야 했기 때문이다.
내려가도 내려가도 끝없이 계속 내려가야 했다.
‘후지산에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 게 더 힘들다’는 말을 직접 겪어보니 정말 실감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내려오니 처음 올라왔던 낯익은 길이 다시 나타나면서, ‘이제 다 내려왔구나’ 하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내려오자마자 가장 먹고 싶었던 휴게소 내 "후지 로스터리"에서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여기는 직접 원두를 로스팅한다고 하는데, 뭐 엄청 특별한 건 아닐지 몰라도 해발 2,400m에서 로스팅한 원두라 그런지 더 의미 있게 느껴져서 원두도 한 봉지 구매했다.
기념으로 먹어본 후지산빵과 후지산 로스터리 커피.
후지산빵은 모양에 혹해 사 먹는 건 개인적으로 비추한다.
겉모습만큼 특별한 게 없이, 안에 크림 같은 것도 전혀 들어있지 않아 약간의 배신감이 들었다.
하지만 빵과 커피를 마시며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편안했고, 마지막 패키지 코스로 들른 온천에서 피로를 풀고 나서야 신주쿠역에 무사히 복귀할 수 있었다.
참으로 힘들고 긴 여정이었지만, 돌아보면 ‘언제 내가 저곳을 다녀왔지?’ 싶을 만큼 꿈만 같았던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후지산 등산을 다녀와 느낀 점을 정리해 보자면,
- 완전 파워 등산가가 아니라면, 개인적으로 하나하나 예약하기보단 패키지를 이용하는 게 시간적·비용적으로 훨씬 효율적이다.
- 짐은 욕심내지 말고 최대한 가볍게 꾸리되, 등산화, 등산스틱, 등산가방 같은 기본 장비는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현지에서 빌릴 수도 있지만 내가 쓰던 장비를 가져가는 게 좋은 거 같다.
-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지 말자 돈 좀 쓰더라도 올라가는 곳곳마다 산장에서 사 먹는 게 배낭무게도 줄이고 편하고 좋다.
- 고산병 증상이 나타나면 무리하지 말고 즉시 하산하는 게 중요하다. 욕심내다 오도 가도 못하는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 산장 선택은 고민할 부분이다. 높은 곳에 예약하면 정상에 오르기 편하지만, 고산병 때문에 잠을 설치기 쉽다. 반대로 낮은 곳에 묵으면 컨디션 조절은 좀 더 쉬우나 정상까지 오르는 데 더 힘들다.
이 정도가 가장 기본적으로 떠오르는 팁이고, 그 외에는 한국에서 등산할 때 준비하는 정도로 준비하면 무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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